『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자신의 작가 인생과 작품세계를 수확하는 뜻깊은 완성이자 하나의 매듭이며, 이후의 하루키를 기대하게 하는 또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다채롭게 넘나드는 하루키적 상상력을 더욱 원숙한 세계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장편은 그의 신작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하루키 세계를 집약한 결정적 작품’으로, 이제 막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하루키 세계로 들어가는 완벽한 입문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도서의 책소개
어느 여름 석양빛 아래 선명히 남은 기억이 소년에게 있다. "진짜 내가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 안이야." 소녀는 말했다. 소년과 함께 이곳에 있는 자신은 실제 자신이 아니며 대역이나 흘러가는 그림자와 같은 거라고. 소녀가 사는 도시에는 시간이 없고 시계에도 시곗바늘이 달려 있지 않으며, 진짜 자신은 그곳에서 밤의 도서관에 머문다고 했다. 그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년에게 소중한 것들을 버려야 할 수도 있고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도시에 도착한다면 소년을 위한 자리가 딱 한자리 마련되어 있을 거라고 했다. 매일 밤 도서관에 보관된 무수히 많은 오래된 꿈을 읽는 사람. '꿈 읽는 이'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돌연 소녀가 사라진 후, 소년은 몇 번이고 기억을 재생하며 그 도시에 갈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곳에서 진짜 소녀를 만날 수 있기를.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는 결국 견고하고 높은 돌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찾아낸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30대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문예지에 중편소설로 발표한 후 43년이 흐른 끝에 3부 구성의 장편소설로 완성해낸 작품이다. 작가 후기에서 "이 작품에는 무언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처음부터 그렇게 느껴왔다. 다만 당시의 나는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 무언가를 충분히 써낼 만큼의 필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쓰이는 존재였으므로 이 작품을 완성한 지금 솔직히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고 직접 고백할 정도로 하루키의 작품세계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소설이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소개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하고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1996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당시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1Q84』는 출간되자마자 한일 양국의 서점가를 점령하며 또다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50여 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받은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 상, 2009년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 201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발췌문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15p) 우리는 연인 사이였을까? 간단하게 그런 이름을 붙여도 될까? 나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나와 너는 적어도 그 시기,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의 마음을 티 없이 순수하게 한데 맺고 있었다. 이윽고 둘만의 특별한 비밀 세계를 만들어내고 함께 나누게 되었다-높은 벽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도시를. (33p) 너에게 꿈이란 현실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과 거의 동급이었고, 간단히 잊히거나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꿈은 너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주는, 귀중한 마음의 수원水源 같은 것이었다. (43p) 어쩌면 그것이 영겁이 지닌 한 가지 문제점인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어디로 향하면 좋을지 모른다는 것. 그러나 영겁을 추구하지 않는 사랑에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단 말인가? (80p) “가끔 내가 무언가의, 누군가의 그림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너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 말한다. “여기 있는 나한테는 실체 같은 게 없고, 내 실체는 다른 어딘가에 있어.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언뜻 나처럼 보여도 실은 바닥이나 벽에 비친 그림자일 뿐……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어.” (111p) 시간은 몹시 느릿느릿하게, 그래도 결코 뒷걸음치지 않고 내 안을 통과해 갔다. 일 분에 정확히 일 분씩, 한 시간에 정확히 한 시간씩. 느리게 나아갈지언정 거꾸로 가는 법은 없다. 그것이 그때 내가 몸으로 깨달은 사실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때로는 그 당연한 것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137p) 우리는 자신들이 서 있는 견고한 지면 아래, 땅속 미로를 흐르는 비밀에 싸인 암흑의 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것을 실제로 본 자는, 그것을 보고 이쪽으로 다시 돌아온 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223p) 나는 그 슬픔을 무척 잘 기억했다.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또한 시간과 더불어 사라지지도 않는 종류의 깊은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만히 남기고 가는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까? (280p) “지금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믿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강하고 깊게 믿을 수 있으면 나아갈 길은 절로 뚜렷해집니다. 그럼으로써 이다음에 올 격렬한 낙하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혹은 그 충격을 크게 누그러뜨리거나요.” (452p) 한 세계와 또다른 세계의 경계를 초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각인. 나는 아마도 그것을 내 존재의 일부로 간직한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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