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곤충기>의 집필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가 그 3년 전인 1876년에 <파브르 식물기>를 발표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파브르가 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극한 관심으로 식물을 깊이 관찰하고 연구했다는 사실도. 찰스 다윈이 “견줄 데 없는 최고의 관찰자”라고 찬사를 보낸 파브르의 시선은 식물과 동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이치로 향한다. 그에게 인간의 속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식물의 세상은 생명의 조화를 담은 작은 우주와 같았다. 사려 깊은 시선과 유려한 문장으로 자연이라는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식물과 곤충, 동물이 맺는 관계로부터 시작해 조금씩 깊은 곳으로 향하는 파브르의 글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의 나열이나 인위적인 분류법과는 달리 마치 식물의 삶 속에 들어가 함께 시간이라도 보낸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파브르 식물기 책소개
20세기의 위대한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는 《파브르 곤충기》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가 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식물을 깊이 연구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의 책 《파브르 식물기》는 지상 생명의 아름다운 조화를 흥미진진한 서사로 보여주는 과학 고전이다. 찰스 다윈이 “견줄 데 없는 최고의 관찰자”라고 극찬한 파브르의 시선은 그전까지 배경과 도구로 취급되었던 식물을 마이크로코스모스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격상한다.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던 그의 문장은 친근한 비유와 다양한 사례를 곁들여 식물의 구조와 기능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지식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파브르 탄생 20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출간하는 《파브르 식물기》를 통해 독자는 새로운 시선으로 식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며, 나아가 희미해진 자연과의 접점을 선명하게 체험하는 놀라운 경험을 누리게 될 것이다.
저자 장 앙리 파브르 소개
19세기 프랑스의 생물학자이자 시인, 교사이자 교육운동가. 1823년 12월 22일 남프랑스 아베롱주 생레옹의 시골 농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산과 들의 꽃과 나무, 곤충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그는 외출 후 집에 돌아올 때면 늘 주머니에 그것들을 챙겼다. 가난한 집안에서 고학하며 사범대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1842년 열아홉 살의 나이에 졸업장을 받았다. 이때부터 파브르의 교육자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1849년 아작시오의 페슈중학교 물리 교사로 취임해 1853년까지 재직했다. 이 기간에 아작시오에 방문한 저명한 식물학자 에스프리 르키앵(Esprit Requien)의 제자가 되었다. 르키앵의 사망 후 그의 연구를 이어받기 위해 온 알프레드 모캥 탕동(Alfred Moquin-Tandon)과 함께 연구하며 “정신의 축제”와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1855년 첫 논문 〈노래기벌의 습성과 그 애벌레의 먹이로 이용되는 딱정벌레류의 장기간 보존 원인에 관한 고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학계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파리과학대학에서 〈도마뱀난초의 괴경에 관한 연구〉로 식물학 박사 학위, 〈다족류 생식 기관의 해부와 발달에 관한 연구〉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수백은 족히 넘는 자연과학 논문과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1876년 《파브르 식물기(La plante)》와 1879년 《파브르 곤충기(Souvenirs entomologiques)》등 수많은 책을 썼다. 오랜 연구 과정에서 루이 파스퇴르와 존 스튜어트 밀, 찰스 다윈 등 당대의 저명한 학자들과 교류하며 연구 및 사회 활동의 범위를 넓혔다. 이후 과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866년 프랑스아카데미 토르상, 1867년 나폴레옹 3세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 1878년 세계박람회 은메달 등을 받았다. 1910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추천받았지만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상이 거부되었다. 노쇠한 파브르는 요독증에 걸려 1915년 10월 11일 92세로 타계했다.
발췌문
수령이 오래된 나무 중에서도 심재가 단단하지 않은 나무는 줄기의 속이 비어 있다. 안쪽이 썩으면서 생긴 구멍이다. 그렇지만 매년 새로 가지를 내는 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긴 세월에 속이 문드러지고 유충이 우글거리는 텅 빈 버드나무가 머리 위로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것만큼 영문 모를 일이 또 있을까? 속은 버려진 시체처럼 썩어가는데 겉은 나 몰라라 마냥 생기발랄한 저 행태를 어찌 이해한단 말인가. 하지만 기이할 것은 없다. 저 안쪽에 틀어박힌 목재는 어차피 나무의 번영에 일말의 이바지도 하지 못하는 형편이 아니었던가. 지나간 세대의 유물은 썩어 없어졌어도 줄기의 둘레만 건재하면 나무는 괘념치 않는다. 넘치는 생명력은 오직 몸통의 바깥을 둘러 존재하기에 시간의 공격에 내부는 허물어졌어도 매년 젊은 세대의 힘으로 회춘하면서 꿋꿋이 몇 세기를 살아가는 것이 나무다. 집합적 존재로서 조직에 부여된 특권 덕분에 나무는 사실상 가장 모순된 면모를 한 몸에 지니게 되었다. 나무는 노인이자 청년이고, 죽은 자이자 산 자다. 모든 동물은 숨을 쉰다. 즉, 일정량의 공기를 몸속으로 들여보내 새롭게 보충하는 것이다. 몸속에 들어온 공기는 음식이 제공한 탄소 연료를 태워서 몸에 필요한 열을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열을 생산해 운동과 기계적인 일로 바꾸려고 동물의 메커니즘은 마치 산업용 엔진처럼 탄소를 태운다. 가연성 물질을 적절히 태우지 않고는 우리 몸에서 근육 섬유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엄격한 의미에서, 산다는 것은 곧 소모한다는 것이며, 숨을 쉰다는 것은 곧 태운다는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생명의 불꽃이라는 말이 흔한 비유로 사용된다. 그러나 그 비유라는 게 실은 과학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뿐이다. 공기는 그 안에 산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불꽃을 태운다. 공기는 같은 방식으로 동물도 태운다. 공기는 불꽃이 열과 빛을 내게 하고 동물이 온기를 발하고 일하게 한다. 공기가 없으면 불꽃은 꺼진다. 공기가 없으면 동물은 죽는다. 이런 맥락에서 동물은 용광로에 연료를 때서 작동하는 성능 좋은 엔진에 비유할 수 있다. 동물은 먹고 숨을 쉬어 열을 내고 움직인다. 음식의 형태로 연료를 넣고 호흡이 제공한 공기 속 산소로 몸속 깊은 곳에서 연료의 탄소를 태우는 것이다. 그 시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려주마. 너희는 대여섯 명이 몰려다녔고, 교사였던 나는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선생이라기보다는 동료이자 벗으로 함께했다. 그대들은 충동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년이었고 봄날의 젊은 수액으로 가득 차 있어 온 세상에 마음을 열고 배움에 그토록 열심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이야기를 해가며 난쟁이 엘더와 산사나무가 자라는 들길을 걸었다. 몇 가지 예만 보아도 똑같은 기관이 열매마다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띠는지 알 수 있다. 심피의 안쪽 표피가 콩의 꼬투리에서는 평범한 표피로 남지만, 복숭아와 살구에서는 지극히 단단한 “돌”이 되고 호두와 아몬드에서는 딱딱한 껍데기가 되며 사과에서는 가죽질의 집이, 오렌지와 레몬에서는 과육 알갱이들을 둘러싼 섬세한 막이 된다. 이렇게 다른 것이 모두 구조상 내과피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내과피가 아예 사라져서 흔적도 남지 않을 때가 있다. 멜론, 수박, 호박, 오이, 박처럼 박과 열매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예를 들어 멜론은 바깥으로 껍질의 거친 틈바구니에 의해 갈라진 얇은 외과피 조각이 나타난다. 나머지는 중과피로 바깥쪽은 초록색이고 먹을 수 없지만 안쪽은 달콤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 그러나 중과피 안쪽에 내과피는 없다. 씨방이 생장할 때 심피성 잎의 안쪽 표피는 발달하지 않는다.
'도서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추럴 와인은 귀여워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0) | 2023.10.24 |
---|---|
서점 푸로스퍼로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0) | 2023.10.23 |
밤, 네온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0) | 2023.10.22 |
운명의 꼭두각시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0) | 2023.10.22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0) | 2023.10.21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0) | 2023.10.20 |
데미안(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0) | 2023.10.20 |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0) | 2023.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