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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운명의 꼭두각시 도서의 책소개, 저자소개, 발췌문

by Phil_Lab 2023. 10. 22.

운명의 꼭두각시

 

무라카미 하루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줌파 라히리, 줄리언 반스, 조이스 캐럴 오츠 등 동시대를 견인하는 작가들의 작가인 윌리엄 트레버의 장편소설. 섬세한 문장으로 인간사 고독과 인생의 비참을 그려내면서도 끝내 구원의 실마리를 부드럽게 선사하는 윌리엄 트레버 문학의 마중물이자, 《여름의 끝》《루시 골트 이야기》《펠리시아의 여정》에 이어 국내에 소개되는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운명의 꼭두각시 도서의 책소개

여기 운명의 소용돌이에 속절없이 휘말린 사람들이 있다. 아일랜드 소도시 페르모이, 킬네이라 불리는 저택에 사는 퀸턴가(家). 19세기 초 영국 여성과 아일랜드 남성이 만나 이룬 퀸턴가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국경을 넘는 사랑으로 대를 이어 존속한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고조되는 독립투쟁을 막고자 영국은 속칭 ‘블랙 앤드 탠즈’를 아일랜드에 파견하고, 그들의 첩자가 킬네이 저택 나무에서 혀가 잘린 상태로 목매달린 채 발견되면서 잔혹한 운명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악명 높은 블랙 앤드 탠즈가 첩자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한밤중 킬네이를 급습하고 끔찍한 학살이 자행된다. 아홉 살이던 주인공 윌리 퀸턴은 여동생과 아버지, 퀸턴가의 사람들 전부를 잃고 폐허가 된 킬네이에서 도망쳐 알코올중독자인 어머니와 불안한 생활을 이어간다. 끝나지 않는 악몽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가던 윌리는 어느 날 찾아온 영국인 외사촌 메리앤을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진다. 반복되는 운명의 장난, 운명의 꼭두각시들처럼 메리앤은 윌리의 아이를 갖게 되지만, 또 한 번 쓰라린 상처를 마주한 윌리가 돌연 자취를 감추며 다시금 비극의 서막이 메아리친다.

 저자 윌리엄 트레버 소개

1928년 아일랜드 코크주 미첼스타운에서 태어났다.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수학하고 1954년 영국으로 이주, 1964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데뷔 이후 휫브레드상(현 코스타상) 3회, 오헨리상 4회, 래넌상, 왕립문학협회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고, 다섯 번의 부커상 후보 외에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되었다.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7년 대영제국 훈장 사령관 수훈을, 1994년 문학 훈위 칭호를 받았으며, 1999년에는 영국 작가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이라 불리는 데이비드 코언상을 수상했다. 2002년 평생의 업적과 공헌에 대하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 줌파 라히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등이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로 손꼽았으며, 아일랜드의 대통령 마이클 히긴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뛰어난 업적을 이뤄낸 우아함을 지닌 작가’로 표현한바 있다. 2016년 11월 20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 수백 편의 단편과 18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했고 대표작으로 《비 온 뒤》 《여름의 끝》 《루시 골트 이야기》 《그의 옛 연인》 《밀회》 등이 있다.

 발췌문

P. 9. 1983년. 잉글랜드 도싯의 우드컴 파크 대저택은 삶의 활기로 가득하다. 다소 소박한 아일랜드 킬네이 주택은 무덤처럼 고요하다. P. 131 난 킬네이의 비극은 완전히 끝났다고 내내 생각했다. 날마다 그 비극을 상기시키던 미스 할리웰도 없고 저녁마다 잘 자라고 인사를 나누는 어머니도 없었다. 킬개리프 신부에 따르면 고모들은 또 다른 개들을 모았고 철쭉은 여전히 꽃을 피웠다. 데렌지 씨는 제분소가 변한 게 거의 없다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언젠가 난 그곳으로 돌아가리라. 언제라도 킬네이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P. 182~183. “놓치지 마, 윌리.” “뭐를요?” “너의 사랑. 선물 같은 거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P. 198. 당신 방 앞에 선 나는 아주 가볍게라도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저 문을 열었다. 모든 두려움과 도덕이, 세상의 모든 잣대가 내게서 사라졌다. 난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당신이 알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면 당신이 적어도 약간의 위안을 얻을지 모른다는 것 말고는. P. 219. 제발 날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오, 윌리, 난 여전히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 단어들은 쓰일 수 없었다. 그것들은 대화에 속했지만 대화는 불가능했으므로. 이 모든 것은 형벌, 떠나지 않는 공허, 두려움, 앞으로 다가올 세월의 예측 불허였다. P. 264. 킬네이는 그 어느 때보다 무시무시한 곳이었지만 난 다른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았다. 반쯤 탄 집이 아무리 음울해도,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아도 당신이 거기에 속했으므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었다. 내 존재의 모든 세부, 내 몸의 모든 혈관, 모든 흔적, 내 모든 친밀한 부분이 눈을 감고 쓰러지고 싶게 만든 그 부드러움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P. 327. 나의 딸이 킬네이에서 미쳐버렸는데도 조세핀은 내가 돌아가기를 바랐다. 일찍이 아일랜드에서는 미친 사람들이 일종의 성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일랜드에서 전설적 인물은 거의 날마다 탄생한다. P. 330. 군인들의 학살 이후 킬네이가 그랬듯 그 결정적인 순간들 이후 우리는 모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난도질당한 삶들, 그림자의 피조물들. 그의 아버지의 말처럼 운명의 꼭두각시들. 우리는 유령이 되었다. P. 264. 내 존재의 모든 세부, 내 몸의 모든 혈관, 모든 흔적, 내 모든 친밀한 부분이 눈을 감고 쓰러지고 싶게 만든 그 부드러움으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 킬네이에서 난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당신이 이 세계를 떠도는 동안 난 어떤 가혹한 운명에도 살아남을 겁니다. 외로움이 당신을 사로잡았다는 걸 난 이해합니다. P. 330. 난도질당한 삶들, 그림자의 피조물들, 그의 아버지의 말처럼 운명의 꼭두각시들. 우리는 유령이 되었다.